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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절대 공부 안 해’ 공간을 공부 공간으로 바꾼 후기

by 기매미쨘테크 2025. 6. 23.

분명 방은 있는데도, 정작 공부할 공간은 없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그동안 ‘여긴 절대 공부 안 해’라고 단정 지었던 공간을 공부 공간으로 바꿔본 후기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가장 가능성 없어 보이던 장소가, 오히려 가장 집중되는 공간이 되었어요.

‘여긴 절대 공부 안 해’ 공간을 공부 공간으로 바꾼 후기
‘여긴 절대 공부 안 해’ 공간을 공부 공간으로 바꾼 후기

 

절대 공부 안 하게 되는 공간의 특징들


공부를 해야지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미루게 되는 공간이 있죠.
제겐 그게 바로 거실 한쪽 구석이었습니다.
사실상 가족 모두가 지나다니는 복도 같은 자리인데, 책상 하나 놓았다고 공부가 될 리 없었어요.
처음에는 ‘어차피 공간이 없으니 여기라도 써야지’ 하며 마지못해 책상을 뒀는데,
하루 이틀은 버텼지만 결국 소파에 눕거나 침대에 기대는 일이 많아졌어요.

이 공간이 공부에 안 맞았던 이유는 아주 분명했어요.

 

-동선이 너무 열려 있어서 자꾸 주위가 산만해지고,

-무의식적으로 쉬는 장소에 가깝게 느껴졌으며,

-무엇보다 공간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었다는 점이 가장 컸어요.

 

공간은 생각보다 우리의 행동을 많이 좌우합니다.‘여긴 절대 공부가 안 되는 곳’이라는 낙인이 찍힌 공간은, 앉는 순간부터 집중이 무너지고 의욕이 사라졌어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이 공간을 바꿔버리면, 제일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바꾸자고 결심한 순간부터 저는 이 공간을 단순한 ‘책상 있는 곳’이 아닌,
‘제대로 된 공부 공간’으로 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공부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작은 실험들


먼저 책상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기존에는 복도처럼 뻥 뚫린 방향을 향하고 있었는데,
방향을 살짝 틀어 벽을 마주보게 배치했더니 시선이 훨씬 안정됐어요.
단순히 위치만 바꿨을 뿐인데 ‘어? 여기 좀 괜찮은데?’라는 기분이 처음 들더라고요.

그다음은 책상 위입니다.
기존엔 책상에 이것저것 쌓여 있었는데, 오직 공부만을 위한 구성으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자주 쓰는 필기구 몇 개

-메모할 수 있는 작은 노트

-집중을 도와주는 타이머

-심플한 조명 하나

 

이걸로 끝.
불필요한 물건들은 전부 치웠고, 그 덕분에 눈에 보이는 피로감이 훨씬 줄어들었어요.
공간은 좁았지만, ‘지금은 이 책상 앞에서 공부만 한다’는 의식이 생긴 거죠.

그리고 무심하게 있던 벽면에도 변화를 줬습니다.
마스킹테이프로 좋아하는 문장 하나 붙였고,
작은 보드판을 걸어 매일의 목표를 적어두기 시작했어요.
이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오늘도 이 자리에 앉자’는 심리적 신호였어요.

또 하나 바꾼 건 소리였어요.
복도처럼 열려 있는 구조다 보니 자꾸 다른 소리가 들어왔는데,
노이즈 캔슬링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용한 클래식이나 자연 소리를 틀어놓으니
공간에 집중용 무드가 입혀졌다고 해야 할까요.
주변을 바꾸지 못한다면, 최소한 분위기를 바꾸자는 전략이었죠.

 

바뀐 건 공간보다, 내 태도였다


며칠 동안 그렇게 자리를 만들고 앉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이 공간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편안해졌어요.
그리고 놀랍게도 집중도 점점 길어졌습니다.
공간이 주는 힘이 그만큼 크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된 거죠.

그동안 제가 이 공간을 싫어했던 이유는
공간 자체보다는 그 공간에 대한 내 기대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여긴 공부하는 곳이 아니야’라고 단정 지은 순간,
공간도 나를 밀어낸 거죠.
하지만 내가 먼저 공간을 인정하고, 손을 대기 시작하니
공간도 다시 나를 받아주는 느낌이었어요.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공간은 결국 나의 태도와 마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불가능해 보이던 공간도 내가 마음을 바꾸고 조금만 손보면
충분히 기능적인 장소로 거듭날 수 있어요.

지금은 오히려 이 자리에서 가장 자주 앉아 공부합니다.
물론 여전히 좁고, 복도 같은 구조지만
공간 안에 나만의 집중 루틴이 쌓여 있으니 더는 방해받지 않아요.

 

 


공간은 그 자체로 무언가를 해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애정을 담는 순간부터
우리의 행동과 리듬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혹시 지금 ‘여긴 절대 공부 안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자리가 있다면,
한번 눈을 씻고 다시 바라봐 주세요.
작은 변화만으로도, 그 공간이 나의 가능성을 품어주는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위치는 같아도 마음이 다르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져요.

‘절대 공부 안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바로 그 공간에서,
오늘도 조용히 집중하고 있는 나를 보며
그 변화가 참 소중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