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고 답답한 공부방, 하지만 돈은 없고 인테리어는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오늘은 단돈 0원으로 공부방 분위기를 바꿔본 썰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돈 대신 시간과 아이디어를 쓴 셈인데, 생각보다 훨씬 큰 변화가 있었어요.
딱히 어질렀다고도, 치웠다고도 할 수 없는 그 상태
사실 공부방 분위기가 엉망이라는 건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고 살았습니다.
책상은 정리한 듯 어수선했고, 벽은 휑하거나 낡았고, 조명은 딱히 불만은 없지만 마음에 들지도 않았죠.
무엇보다 ‘여기서 뭘 하든 재미없다’는 생각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공부를 하려고 앉아도 집중이 되지 않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지는 느낌.
그렇다고 이사를 갈 수도 없고, 새 가구를 들이자니 월말 잔액은 항상 0원.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돈이 없으면 있는 걸로 해보지, 정리라도 제대로 해보자.”
그래서 시작은 책상 위 정리였습니다.
쓰지 않는 펜, 끄적이다 만 노트, 먼지 낀 파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공간을 ‘비우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낸 책상은 마치 숨을 쉬는 것 같았고,
그 위에 딱 필요한 것만 올려두니, 책상에 앉는 일 자체가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공간 전체를 ‘기능별로 나누는 일’을 해봤어요.
책은 책장으로, 공부는 책상에서, 휴식은 침대에서.
그 전에는 모든 걸 책상에서 해결했기에 지루하고 흐릿한 분위기였던 거죠.
구획만 명확히 나눴을 뿐인데, 생활의 리듬이 정돈되기 시작했어요.
벽과 바닥, 숨은 자원 총동원
공간을 바꾸는 데 있어서 생각보다 중요한 건 ‘시선의 흐름’이었습니다.
책상 앞 벽이 너무 휑하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고,
그냥 텅 빈 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의식적으로 허전함을 느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예전 다이어리에서 예쁜 페이지 몇 장을 찢어 벽에 붙였고,
좋아하는 문장, 잡지 스크랩, 엽서 등을 벽에 콜라주하듯 붙여보았어요.
프레임 없이 그냥 마스킹 테이프나 핀으로 붙였는데도 느낌이 확 달라졌죠.
‘이건 나의 공간이다’라는 소속감이 벽에서부터 생기기 시작했어요.
다음은 바닥. 러그 하나 깔 여유도 없었지만, 집안 어딘가 굴러다니던 작은 방석 하나를 꺼내 깔고,
그 위에 앉아 음악을 듣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작은 힐링 구역’을 만들었어요.
공부만 하던 공간에서 ‘쉬는 장소’가 분리되니까 마음이 덜 조급해지고,
오히려 공부할 때는 더 몰입이 잘 되더라고요.
그리고 잊고 있었던 마지막 자원, 자연광과 조명.
창문 커튼을 완전히 걷어 햇살이 잘 들어오게 했고,
밤에는 수면등 겸용 스탠드를 책상 근처로 가져왔어요.
조명을 벽 쪽으로 비추니 분위기가 부드러워졌고, 시야에 그림자가 생기지 않아 집중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이 모든 걸 하면서 단 한 푼도 쓰지 않았습니다.
집 안에 있는 것들, 손에 익은 것들만 다시 배열하고 재조명했을 뿐인데
방 전체의 공기가 달라졌다고 느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공간이 달라진 게 아니라, 공간을 대하는 내 태도가 달라진 것 같았어요.
분위기가 바뀌니 마음도 새로워졌다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앉고 싶어지는 공간이 되었다는 점이었어요.
전에는 책상에 앉는 게 마치 의무처럼 느껴졌고,
앉자마자 딴짓을 하고 싶어지는 공간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딱히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그저 앉아서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고, 음악을 듣고 싶은 공간이 되었죠.
심지어 ‘나를 위해 이 공간을 가꿨다’는 뿌듯함이
마음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줬어요.
그게 뭐 대단한 변화냐 싶을 수도 있지만,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나를 반겨준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에너지의 원천이 되더라고요.
이후에는 루틴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책상으로 향하게 되었고,
루즈했던 하루를 정리하거나 다음날을 준비하는 시간이 생겼어요.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고, 생각을 비워내는 루틴이 만들어지면서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밤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중요한 건, 이 모든 변화는 내가 해냈다는 점이었어요.
돈도, 특별한 인테리어 감각도 필요 없었어요.
공간을 향한 태도, 시선을 다시 정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분위기를 바꾸고, 나 자신까지 바꿀 수 있었습니다.
공부방은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그 공간을 ‘버텨야 하는 장소’로 만들곤 하죠.
이번에 느낀 건, 그 공간이 반드시 비싼 책상과 예쁜 소품으로 꾸며져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있는 걸 다시 보고, 익숙한 걸 낯설게 배치해보는 것,
그 사소한 시도들이 분위기를 만들고, 결국 나를 바꿔놓는다는 걸 경험했어요.
혹시 지금 공부방이 지겹고, 마음까지 무거워지고 있다면
돈 없이도 할 수 있는 작은 실험부터 시작해보세요.
공간은 결국 마음의 거울입니다.
공간을 바꾸면, 마음도 따라 바뀌게 되어 있어요.
당신만의 분위기를 담은 공부방, 꼭 한번 만들어보길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