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지만, 오히려 가장 소홀히 대했던 공간이 바로 책상이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책상을 새롭게 꾸미며 느낀 변화와, 그로 인해 달라진 마음과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공간 하나가 얼마나 큰 설렘을 줄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하게 되었어요.
책상 앞에 앉기 싫었던 나날들
처음에는 그저 ‘일하는 곳’, ‘공부하는 곳’이라는 인식만 있었습니다.
책상은 늘 피곤하고 무거운 공간이었죠.
책상에 앉는다는 건 해야 할 일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느낌이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의자에 앉는 것조차 싫어졌습니다.
책상 위는 정리가 안 되어 있었고, 손이 가는 물건보다 방해가 되는 것들로 가득했어요.
예쁜 책상, 감성적인 책상, 깔끔한 셋업이라는 단어는 늘 남의 이야기 같았습니다.
나에게 책상은 기능만 있는 장소였고, 감정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하루 중 가장 많이 마주하는 공간이라면, 그 자체가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장소가 되어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아주 작은 결심을 했습니다.
‘나를 위한 책상을 만들어보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꾸밈이 아니라, 진짜 나를 위한 설렘이 담긴 공간을 만들자는 다짐이었죠.
설렘을 만드는 책상, 나만의 방식으로 꾸미기
책상을 꾸미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재밌고 치유적이었습니다.
단순히 깔끔하게 정리하는 걸 넘어서, 내 취향과 생활 리듬을 반영한 ‘맞춤 공간’을 만들어가는 작업이었어요.
먼저 정리의 기준부터 바꿨습니다.
‘이걸 꼭 써야 하니까 둔다’가 아니라,
‘이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둔다’는 기준으로요.
오래된 노란 메모지 대신 예쁜 패드와 펜을 준비하고,
늘 뒤엉켜 있던 충전 케이블을 숨기고,
자주 쓰는 노트와 책은 보기 좋게 책꽂이에 배치했어요.
책상 위엔 작은 식물 하나를 두었습니다.
물 주는 날이 되면 오히려 그 시간마저도 소중해졌어요.
조명도 바꿨습니다. 형광등처럼 밝고 찬 빛 대신, 따뜻한 색감의 스탠드를 두니 분위기 자체가 달라지더라고요.
책상이 나를 몰아붙이는 공간이 아니라, 나를 품어주는 공간이 되어갔습니다.
그 외에도 작은 오브제나 좋아하는 엽서, 좋아하는 문장을 프린트해 붙여두는 것도 설렘을 더해줬어요.
하루 중 가장 지치고 힘들 때 그 문장을 읽으면 다시 마음이 차분해졌고요.
특히 중요한 건, 완벽하게 꾸미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잡지 속 책상처럼 반듯하진 않아도, 어설픈 손길이 그대로 느껴지는 지금의 책상이 더 좋았습니다.
그건 나의 취향과 리듬, 그리고 나의 현재를 그대로 담고 있으니까요.
책상이 달라지면, 나의 태도도 달라진다
놀라운 건 책상이라는 공간이 바뀌고 나서,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도 함께 달라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전엔 책상에 앉는다는 건 일이나 숙제를 ‘억지로’ 하러 가는 일이었지만,
요즘은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이 은근히 기다려져요.
잠시라도 앉아서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펼쳐 한 장이라도 읽는 시간이 편안해졌거든요.
또 하나 달라진 건 집중의 지속력이었습니다.
기분 좋은 공간에서는 자연스럽게 오래 머물고 싶어지더라고요.
몰입이 강요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이 공간은 나의 루틴도 바꿔주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무작정 소파로 가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책상 앞에서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생겼어요.
메모를 남기고, 생각을 정리하고, 종종 일기도 쓰고요.
그냥 앉아 조용히 음악을 틀어놓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책상이 ‘일만 하는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진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책상은 이제 나를 응원하고, 회복시키고, 이끌어주는 작은 우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책상을 바꾸고 나서, 나의 일상이 조금 더 섬세해졌습니다.
거창하게 바꾼 것도, 비싼 물건을 들인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저 스스로에게 ‘좋은 공간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허락해준 것뿐인데, 그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혹시 지금 앉아 있는 책상이 무미건조하고 부담스럽게만 느껴진다면,
작은 것 하나부터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좋아하는 엽서 한 장, 감성적인 조명 하나, 예쁜 컵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책상이 설레는 공간이 되면,
그곳에 앉아 있는 나 자신도 조금 더 사랑스러워집니다.
책상이 나를 설레게 만든다는 건, 결국 내 삶이 나를 설레게 만든다는 뜻일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