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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 만든 나만의 도서관

by 기매미쨘테크 2025. 6. 22.

어릴 적부터 도서관을 좋아했지만, 자주 찾는 건 늘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직접 시도한 ‘방 안에 나만의 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조용하고 따뜻한, 오직 나만을 위한 책 공간을 만들어가며 느낀 변화들을 나눠보려고 해요.

방 안에 만든 나만의 도서관
방 안에 만든 나만의 도서관

 

도서관이 그리운 날, 내 방을 돌아보다


매번 도서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았습니다.
거리도 멀고, 사람도 많고, 무엇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움직여야 하는 게 버거웠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생각했습니다.
“굳이 밖에서 찾지 말고, 내가 있는 이 공간을 바꾸면 되지 않을까?”

책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고, 책장을 채울 공간도 있었습니다.
다만, 방 안의 구조가 엉켜 있었어요. 침대 옆에 책장이 있고, 책상 위에 책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죠.
책은 늘 눈앞에 있었지만, 정작 손이 가지 않는 이상한 상황.
그래서 이 상태로는 안 되겠다는 결심과 함께, 작은 도서관 만들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내가 원하는 ‘도서관 분위기’를 정했습니다.
무조건 조용하고, 차분하고, 따뜻한 공간.
그런 분위기를 내기 위해 필요한 건 고급스러운 가구도 아니었고, 값비싼 조명도 아니었어요.
중요한 건 공간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 그리고 분위기를 좌우하는 요소를 하나씩 다듬는 것이었습니다.

 

책장이 아닌 ‘책 공간’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첫 단계는 책 정리였습니다.
종류도 뒤죽박죽이고, 몇 년간 손도 안 댄 책들이 그대로 꽂혀 있었어요.
정리를 하면서 놀라웠던 건, 내가 가진 책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만큼 꽤 많은 책들이 방치돼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책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기준으로 다시 분류했어요.

자주 읽는 책

아직 안 읽은 책

감상용 책 (사진, 에세이, 디자인북 등)

참고서적 (필요할 때 찾아보는 책)

책장도 단순히 꽂아두는 곳이 아니라, 주제별 코너를 구성하는 공간으로 바꾸었습니다.
예를 들어 맨 위 선반은 ‘밤에 읽기 좋은 책’, 아래쪽은 ‘아침 루틴용 짧은 책’, 중간 선반은 ‘장기적으로 읽고 싶은 책’처럼요.
이런 식의 구성이 단순히 시각적 정리뿐만 아니라, 책을 고르는 순간의 고민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더라고요.

그다음은 조명입니다.
원래 있던 형광등은 너무 밝고 차가운 느낌이라 집중이 오래 가지 않았어요.
따뜻한 색감의 무드등 하나, 작은 독서등 하나만 추가했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 자체로 책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공간이 되었달까요.

그리고 마무리로 앉을 자리와 소품을 고민했습니다.
의자 대신 바닥에 작은 러그를 깔고, 푹신한 방석과 무릎 담요를 놓았어요.
책 읽는 자세가 자유로워지고, 무게감이 줄어든 덕에 마음이 편해졌어요.
서점에서 가져온 책갈피, 메모지, 좋아하는 문구 엽서도 곳곳에 배치해 두니 ‘나만의 책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 읽는 습관을 되살리는 공간의 힘


사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읽은 책의 양'보다도, 책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예전엔 책을 꺼내는 데에도 힘이 들었고, 집중도 오래 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공간을 바꾸고 나니, 책과 나 사이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졌어요.

방 안의 도서관은 언제든 문을 열 수 있는 곳입니다.
시간과 날씨, 피로도에 구애받지 않고, 5분이라도 들를 수 있는 공간.
책을 읽지 않아도 그저 앉아 있기만 해도 좋고, 냄새나는 책장을 넘기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그런 장소죠.

또 하나의 효과는 루틴의 재정립이었습니다.
‘자기 전 10분 독서’를 시작했는데, 어느덧 30분이 되고, 가끔은 한 시간도 훌쩍 지나갑니다.
그 시간을 위해 핸드폰을 멀리 두게 되고, 밤이 조용해졌어요.
하루의 마지막을 단정히 정리할 수 있게 되면서, 전반적인 일상에도 안정감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이 공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공간이라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다른 누구도 간섭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고, 그저 나 스스로를 위한 시간과 공간.
작지만 묵직한 의미가 있는 이 도서관은, 단순히 ‘책 읽기 좋은 공간’을 넘어 ‘나를 챙기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도서관은 어쩌면 마음이 조용해지는 장소입니다.
그런 도서관을 굳이 먼 곳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는 걸 저는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방 안 한편의 책장과 조명, 그리고 나만의 조용한 의식이 모여 작지만 진짜 도서관이 되는 순간을 경험했거든요.

혹시 요즘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계속 미루고 있다면, 환경을 먼저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책상이 아닌 침대 옆 한 귀퉁이만 있어도 충분해요.
그곳이 단지 책장이 아니라, 책과 나 사이를 연결해주는 작은 문이 될 수 있으니까요.
당신의 방에도 조용한 도서관 하나쯤 생기길 응원합니다.